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제   목
미탄사지에서
[ 2010-10-26 09:45:19 ]
글쓴이
lee
조회수: 1802        



미탄사지에서 / 톰소여 



사랑을 잃은 것은 
내 안의 가난을 가누지 못한 탓이라고
깐돌 하나 집어내듯 말했지만 
그게 구차하고 맹랑한 핑계인 줄 
미탄사지에 와서 생각한다.
쭉정이만 남은 벼는 
꿀릴 게 뭐 있냐며 섰고
논배미에 앉은 석탑은 
천 년 돌에 새로 뗀돌을 붙접하고 섰으니
이런 걸 궁상맞다고 하는 건 
못난 사람의 억측일 뿐이다. 
들녘에 어슷비슷한 벼 이삭이 
수런수런 재깔이는 사이
논도랑에 고만고만한 고마리 꽃이
홍조 띤 얼굴로 마주하는 사이
석탑은 들바람 부려 놓고 잠잠한데 
돌 하나 세우지 못하고
돌 하나 허물지 못하는
내 안의 가난과 그 가난을
속상해 하는 마음까지
달게 삼키는 미탄사지(味呑寺址)를 
경주 발 기차가 기적을 울리며 지난다. 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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